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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 김덕건
작성일 : 2021-03-15     조회 : 234
유아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김 덕 건*

                                                   
언제부턴가 유아교육을 접하는 신입생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유아교육이란?” 화두를 던지고 답하는 것으로 첫 강의를 시작했다. 이런 질문을 통해 예비 유아교사들에게 유아교육에 대해 고민을 해 보도록 했던 이유는 나 자신도 아직 유아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유아교육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이 분야에서 40여년 가까운 기간 동안 강의와 강연을 하고, 책과 논문을 써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여전히 나에게 하나의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20c 후반 이후 환경문제, 자연생태계 위기, 생명의 위기, 비인간화 등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지만 내가 속한 유아교육과는 무관한 문제로 받아들였다. 자연생태계와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들이 과학기술주의 이데올로기 산물의 결과이며, 인간을 만물의 중심에 두고 인간의 이성과 지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휴머니즘적 사고로부터 출발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금의 유아교육이 이 범주 속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유아교육이 과학과 기술 개발, 산업문명과 산업사회로의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 있는 인간을 기르기 위한 교육으로서, 인간의 이성과 지능을 바탕으로 지식과 기술을 개발하려는 인간중심적 교육으로서, 어린아이들을 산업사회의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보고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려는 교육으로서 지금까지 적용되어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체제 속에서 인간은 살아가야 할 생명의 터전인 자연생태계 파괴, 인간의 가치가 물질적 욕구충족을 위한 수단이 되는 비인간화 문제가 등장한 것이 아닐까? 최근 산림파괴, 사막화, 기아와 질병, 대기오염, 지구 온난화, 오존층 파괴, 산성비, 토양오염, 수자원 고갈 및 수질오염, 생물종의 감소, 유해화학물질 사용량의 증가, 핵발전소의 증가와 핵무기 확산, 환경호르몬의 폐해 등과 같은 문제는 더 이상 일부 환경론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로 교육을 통해 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중심, 과학기술중심, 경제성장 이데올로기 세계관이 교육의 이념을 계속적으로 지배하는 한 자연생태계 파괴와 비인간화문제의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
자연생태계 파괴와 비인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기존 사고로부터 벗어난 생명에 기초한 새로운 교육관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유아교육은 우리 삶 의 당위성에 대한 가치와 신념을 지지할 수 있는 철학이 부재된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외국의 유아교육 프로그램과 이론을 추종하고 답습해 왔으며, 누리과정 범주 속에서의 운영 방법과 교수법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교육은 삶의 방식으로부터 전해 내려온 것을 현장으로 끌어 들이고, 사회-문화적 / 역사적 / 자연 생태학적 의미를 교육적 실제로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아이들의 삶에 의미 있는 내용을 활동으로 제공해야 한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교육은 자연과 교류하고 함께 상생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지식은 전달이 아니라 교류와 변형의 새로운 방식의 사고이기 때문에 유아들은 자연 속에서 관심 있고, 그들의 삶과 관련되는 것들을 통해 보다 알게 되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과 자연이,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어울리는 교육, 아이와 놀이와 자연을 되살리는 교육,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일깨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을 추구하는 것이 생태유아교육이다. 따라서 생태유아교육은 요즘 아이들의 모습과 사회현상에 비추어 더 이상은 간과할 수 없는 필연적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내에 이루어진 산업화와 고도성장으로 인해 산업사회의 모순과 폐해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인간성 상실, 공동체의식 퇴락, 자연환경 파괴라는 문제에 당면해 있다. 전통적인 우리 민족의 삶은 사람과 자연이 하나, 개인과 마을(사회)이 하나, 정신과 물질이 하나, 이성과 감성이 하나 되는 사회였으며, 자기 집, 이웃 집, 들과 산, 개울과 논․밭에서 자연환경을 마음껏 누비면서 또래관계를 배우고, 자연의 변화를 터득하면서 삶의 방향과 인간의 도리를 배웠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함께 어울려 놀 친구나 놀만한 곳이 없고, 가족의 보살핌과 자연의 파란 하늘, 맑은 공기, 푸른 숲과 흙을 잃어버렸으며, 엄마의 가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과 너그러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터마저 잃어버렸다. 생명을 위협하는 삭막한 도시 공간에서 자연과 공터를 빼앗겼으며 놀 자유마저 빼앗긴 채 비행․폭력으로 인해 삶이 위협받고 있고, 자연접촉과 직접체험의 결핍현상으로 나타나는 네오호스피탈리즘, 컴퓨터, 게임에 의한 감각 둔화와 미디어 중독, 상징자극에의 과도한 노출로 인한 감각차단결핍증, 불안, 초조, 고립, 이상과 현실의 혼돈, 환상, 자아상실, 인간기피증, 쾌락추구와 같은 증상 등이 유아기 위기를 초래하고 있으며 삶을 황폐화하고 생명마저 위협하고 있다.
인간 삶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생명중심 교육, 생태유아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데 이러한 교육의 근거는 인간과 자연이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어우러지는 우리 선조들의 삶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생명중심 교육, 생태유아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과 놀이를 되찾아 주며, 아이를 아이답게 자라도록 함으로서 아이들 몸과 마음과 영혼을 건강하게 하는 유아교육이 실천되기를 기대해 본다.



* (현) 광주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출강 / (전) 광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장, 한국유아교육학회 광주전남지회장, 광주생태유아공동체 이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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