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서 인성은 무엇인가?

  ‘교육의 질은 교사가 결정한다.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교사다.’

  유아교육과 교수들이 예비교사에게 수업 시간에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강조하는 말이다. 이 말을 강조하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결국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교사이니 예비교사들은 학교에서 열심히 배우고 실력을 쌓아서 미래의 꿈나무에게 좋은 영향을 주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챗GPT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향후 미래에 대한 모습을 궁금해하면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보더라도 과거와 비교하면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다. 아니, 차라리 과거에 비해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게 더 어려운 세상이 되었고, 과거에는 당연시되었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 원고의 첫 문장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고, 나 또한 그러한 생각에 동의한다. ‘코로나 19’라는 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우리의 교육 환경은 급변했고, 미래의 교육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의견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 유아교육 분야에서는 한 번 더 확인한 것이 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크고 중요하며, 유아교육기관에서는 교사가 AI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 정도만 언급하더라도 교사가 교육 현장에서 현재와 미래에도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한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교사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사일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실력과 자질도 기본으로 갖춰야 하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인성’이다. 최근 몇 년간 유아교육학과는 전국적으로 입시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고, 특히 수도권을 제외하면 신입생을 100% 충원한 유아교육학과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신입생 수가 급감하는 원인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교사의 아동 학대가 매스컴에 자주 비춰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직업으로 인식되었던 영유아교사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된 것도 큰 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인성이 바른 교사를 양성하는 일에 무엇보다도 앞장서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2015년에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었고 유아교육기관부터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인성 관련 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8가지 핵심 덕목을 언급했는데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덕목에 대한 개념 및 필요성 등의 이론과 이 덕목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성 수준에 있는지에 대한 학생들의 인성 수준 파악, 그리고 덕목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성교육을 잘 실행하고 있는 해외의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먼저 일본은 ‘오모이야리’라는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을 인성교육의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미래 교육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핀란드는 창의성과 인성을 키우는 교육을 중시하며, 교사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교감하면서 학생 스스로 깨우치고, ‘생각하면서 배우는 것(Learning by doing)’을 바탕으로 한다.

  세 번째로 프랑스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단한 도덕교육을 2013년부터 다시 추진하였고, 유치원 때부터 가장 먼저 ‘함께 살기’의 인성덕목을 가르친다. 자신의 의견 말하기, 남의 말 듣기, 거짓말 안 하기 등의 공동체 생활에서 필요한 인성교육이 주를 이룬다. 태권도가 무도, 정신수양과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태권도를 공교육 및 인성교육 강화의 핵심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네 번째로 영국은 신사의 나라로 불리울 만큼 예절과 기본생활습관을 위한 인성교육을 강조한다. 1440년에 헨리 6세에 의해 설립된 이튼 칼리지(Eton College)는 현재까지 20명의 총리를 비롯한 수많은 정치와 문화계의 명사를 배출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립학교이다. 이곳은 공부보다는 체육을 가장 많이 강조하는데도 불구하고, 졸업생의 1/3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하는 명문 사학이다. 체육을 통해 인성을 강조하며, 학교의 교훈 또한 모두 인성과 관련된 것이다. 이 학교의 교훈은 ‘남의 약점을 이용하지 마라, 비굴한 사람이 되지 마라, 약자를 깔보지 마라, 항상 상대방을 배려해라, 잘난체 하지 마라, 공적인 일에는 용기 있게 나서라’. 이런 교훈 하에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섯 번째로 독일은 유치원에서부터 협동학습을 강조하고 경쟁 없이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을 강조한다. 인성교육은 종교 과목에서 주로 다루며, 사회 전반적으로 인성교육적인 분위기와 학교에서의 엄격한 규칙 적용 등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캐나다는 인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 정책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채택한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과 차별을 두지 않고 공평과 포용의 두 가지 철학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등의 공교육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다. 캐나다는 교육제도에서 경쟁과 차별, 입시 스트레스가 없다. 건강하게 잘 자라는 데 중점을 두어 성적이나 스펙 쌓기보다는 봉사활동이나 동아리 등의 다양한 활동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캐나다의 유치원 교사였던 메리 고든(Mary Gorden)’이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가 가진 힘’을 발견하고 갓난아기를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에 데리고 가서 학생들에게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교실에 방문해서 아기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도록 하면서 ‘공감능력을 높이는 심리교육’을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갓난아기를 한 달에 한 번 보여주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은 공격적 행동이 60% 이상 감소하였고, 교내 집단 괴롭힘도 90% 가까이 감소했다. 또한 전혀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독해, 수학 등의 학습 능력 향상과 자존감, 행복감, 공감 수준과 자아상도 향상되고, 세계관이 변화하는 결과를 보였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미국에도 공감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어 많은 상까지 탄 작품 중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고등학교 때 학교 친구들에게 왕따를 심하게 당한 후 남은 삶을 그 친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는 주인공의 삶을 다룬 드라마였다. 과연 그 가해자에게 그들의 부모와 교사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예절과 소통, 정직과 협동을 가르쳤다면 복수를 꿈꾸는 삶을 사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비단 이런 극단적이 일이 아니더라도 나와 가족, 우리의 자녀에게는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어려움과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려움 중에 인성이 나쁜 주변 사람으로부터 상처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성이 나쁜 친구들을 사귀지 않게 하는 것? 이것이 언제까지 가능한 일일까?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강조해야 하고 꼭 가르치고 중요하게 여기며 살도록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공부와 인성 중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