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열정

지난 28년 동안 유아교육의 현장을 지켜온 나로서는 우리 유아교육인들이 가장 가져야 할 덕목이라면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교사 자신의 “열정”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몇 년전 발달이 더뎠던 쌍둥이가 우리 유치원에 재원을 하였다. 만 2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신체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언어가 제한되니 표현이 잘 되지 않자 아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소리를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또한 아이들의 신체활동이 원활하지 않아 움직일 때, 자꾸 넘어지거나 다치곤 했다.

유치원에서 모든 교육과정을 소화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이 수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전달하기 위해 교사진들은 최선을 다했다. 유치원에서의 수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가정에서의 불화로 인해 아빠를 잃고 엄마 혼자서 양육하는 아이들의 성장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우리는 쌍둥이의 최소한의 교육을 보장하고자 가정에 수많은 교육을 요청하였지만 결국은 연계되지 않았다.

그 결과, 쌍둥이가 아파서 결석한 어느 날, 두 아이 중에서 한 아이가 집에서 사망을 했다. 사인이 불확실하여 이에 대한 경찰의 조사는 가정과 유치원까지 이르렀고 강력계 형사들에 의해 우리 유치원의 CCTV 60일 분량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졌다. 모든 조사가 끝난 날, 강력계 형사들은 우리 유치원 교사들의 사랑과 열정을 이야기 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이렇게 세심하게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를 처음 봤다는 그 형사의 말 한마디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이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떠나버린 아이 앞에서 우는 것 뿐이었다. ‘우리는 그 아이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말을 못하고 신체가 부자연스러운 아이일지라도 항상 북돋아주고 격려해주며, 우리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행복한 미소를 안겨주는 아이들을 향한 교사의 “사랑” 그리고 어떠한 힘든 상황에서라도 이 아이들에게 따스한 교육을 지향했던 교사의 “열정”, 이것이야말로 짧은 생애를 마감한 한 아이에게 큰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부모의 이혼으로 한 아버지가 한 딸을 키웠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였고 친척도 아는 사람도 없는 이 가정을 위해 우리 유치원에서는 이 아이를 더욱 더 관심을 갖고 교육해 보기로 했다. 오전 등원 차량시간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이 가정에 찾아가 자고 있는 아버지를 깨우고 딸의 옷을 입혀 기관으로 데려오고 유치원에서 세수를 시키고 머리를 감기고 옷을 갈아입혔다. 아버지의 알콜중독 치료를 위해 알콜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치료할 수 있도록 하였고, 아이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행정기관과 더불어 솔루션 팀을 만들어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고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우리 유치원과 여러 기관들이 함께 노력하였다.

그 누가 ‘이렇게 하자’ 라고 먼저 말하지 않아도 아빠가 치료 중일 때, 교사는 아이를 집에 데리고 가서 함께 잠을 자고 아침에 함께 등원을 했다. 이는 유치원교사로서의 역할을 넘어서는 범위로 교사 그 이상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교사의 역할 뿐만 아니라 한 가정의 양육자로서 역할까지 확장시켜 수행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이 일을 그저 해낼 수 있었겠는가?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다른 유치원으로 옮겨졌는데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다시 알콜중독에 빠져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우리는 하염없이 또 눈물을 흘렸다.

세상에 나아가는 것을 주저하는 아이에게 응원해주며 끝없는 지지와 격려를 보내준 교사의 “사랑”과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기본적인 교육을 보장하고자 교사 자신의 집에서까지 양육자 역할을 자처했었던 교사의 “열정”, 이 두 가지가 그 아이에게 오롯이 전해져서 아이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달래주며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 한 줄기 빛이 되기를 바래본다.

유아교육기관에서는 현재도 수없이 많은 일들이 발생하고 있고 교사와 원장들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유아교육 전문지식 및 인적∙물적자원을 총동원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역동적인 교육의 실천을 통해 아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배우고 익히며 경험하면서 교사와 아이 모두 함께 성장해간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우리가 가슴 깊이 새기며 기억해야 할 가치는 아이를 향한 사랑과 열정이다. 이것은 우리의 가슴을 불타오르게 하며, 비로소 우리의 유아교육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유아교육인들이여,

힘을 내십시오.

당신들이 이 세상을 지켜내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의 어떤 위기가 우리에게 닥쳐올지라도

여러분들이 있는 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열정은 로봇이 대체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교육하는 행위 즉 유아교육은 어떠한 알고리즘으로도 만들거나 표현해 낼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들을 바라보는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세상을

여러분들이 만들어 나아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