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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선택, 희망이 답이다 - 기은옥
작성일 : 2022-04-21     조회 : 171

                           출산은 선택, 희망이 답이다

 

  

 

큰 애와 둘째 애가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9년 만에 셋째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을 하였다. 코로나로 세상이 떠들썩해지기 직전이라 다행히 강당에서 치러진 87회의 오랜 역사를 지닌 졸업식이었다. 한 해 평균 350명 정도 3만 명이 넘는 졸업생이 배출된 학교의 졸업식이지만 강당은 넓고 사람은 단출했다. 고작 58명이 졸업을 했다. 학교 연혁을 보니 최근 10년 사이 놀라운 속도로 졸업생 수가 줄어든 것 같았다. 콧물 닦을 손수건을 가슴에 차고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학교를 다니던 시절 한반에 60명이 넘는 학년에 나는 13반으로 졸업을 했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1년부터 초저출산 시대에 접어들었다. 2022년 현재 인구 통계에 따르면 우리 동에 7살 이하 영유아의 수가 157명에 불과하였다.

 

출산은 선택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수없이 논란이 되어 왔고 정책을 세우고 어마어마한 국가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여전히 출산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결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교육비를 포함한 양육비 부담, 부부가 둘이서만 잘살아 보자는 딩크족의 증가, 맞벌이 가정에서 육아부담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사회 이후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생계형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와 출산을 개인과 가정의 영역으로 한정하였다. 여성에 대한 불평등과 변하지 않는 사회구조는 양육과 일이라는 두 가지 늪에 빠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출산 파업을 선택하게 한 것이다. 늘어가는 여성의 사회 진출에 비해 직장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는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 같다.

스웨덴이나 프랑스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적 대안으로 여성을 중심에 두었다. 프랑스에서는 여성이 사회진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기를 낳고 보육을 하는데 있어 엄마를 가장 배려한다. 스웨덴은 아기를 낳으면 가사노동을 아내와 남편이 동일하게 하는 비율이 90%이상을 자랑한다. 그에 반해 한국과 일본은 30%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성에게 출산과 가사, 사회활동까지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저출산의 시위는 당겨졌고 노화되는 세계의 중심에 대한민국이 우뚝 섰다. 게으른 대처를 하다가 인구의 시계가 머지않아 멈추는 건 아닐까 염려된다.

엄마들이 양육부담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니 우리나라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막대한 예산을 아낌없이 투자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이들을 믿고 보낼 곳이 없다고 한다. 그 투자의 형평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나라 다섯살 아이들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환경에서 같은 수준의 보육 및 교육서비스를 받고 있는가? 국공립의 예를 들어보자. 100평의 강당을 비롯하여 각종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단설유치원과 두 세평 남짓한 좁은 교실에 사무실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단지 내 작은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건축비용과 예산, 교직원배치 기준까지 너무나 다르다. 국가에서 100% 비용을 지원하는 기관부터 출발선 보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 환경은 차별적이다. 단설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게 된 부모는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기뻐하고, 보내지 못한 부모는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한다. 그냥 그림의 떡이 되는 것이다. 어린이집 내의 유형별 차이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독박육아에 지치고 돌봄 서비스도 믿을 수 없으니 아이 낳는 것이 부담스럽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은 보육이든, 교육이든 동등한 기회와 환경을 제공받아야 한다. 결정의 순간은 아이들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며 그것은 대학을 가고 사회에 진출하는 그때까지 일관성 있게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서에는 아이들 학교 행사가 가족나들이가 되고 떠들썩한 동네 축제로 연결되는 추억들이 물결처럼 흐른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지만 아이들이 동네를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있어야 동네의 온기와 활력이 살아 숨 쉴 수 있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공평한 기회가, 여성의 행복이, 가족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면 아이 낳기를 다시 선택하지 않을까? 희망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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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아교육학회 광주전남지회 이사

광주전남생태유아공동체 이사

보건복지부 영유아발달, 부모교육 강사

) 광주 북구 아동협의회장

) 전남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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