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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인문학의 시작 유아동시교육 - 노운서
작성일 : 2021-09-05     조회 : 513

유아 인문학의 시작 유아동시교육


 


필자는 대학에서 아동문학을 가르치며 유아교육기관을 운영하였다. 행복한 유아를 위한 자연 친화적 놀이 학습을 교육이념으로 하였다. 그러한 교육이념에 걸 맞는 프로그램으로 공을 들인 것은 산책활동을 통한 자연관찰이었다. 산책 후 활동으로는 경험한 자연 현상에 대한 느낌 나누기와 다양한 활동과의 접목이었고 그 중 하나가 동시 프로젝트였다.

그렇게 십년 넘게 유아들과 산책활동을 하며 동시프로젝트를 하였는데 유아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이 시어를 통해 재구성 된 동시를 꽤 오랫동안 노래하듯 흥얼거리며 좋아했다. 유아들이 어떤 동시를 좋아 하는지 알고 싶어 동시가 쓰여진 큰 동시 판을 여러 개 준비한 다음 시적 경험을 나누었다. 그리고 어떤 시가 좋으냐는 물음에 아이들은 자기가 경험한 일, , 나무, 과일 등에 관한 단어가 있거나 유아 자신이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동시를 선호했다예문을 들자면 나는야 눈사람 / 하얀 눈사람 / 꼬마들이 좋아하는 / 하얀 눈사람.” 에서 눈사람부분이다.

졸업을 앞둔 7세 반 아이들은 등원할 때 마다 앞마당에 쌓인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고 놀았던 터라 눈사람과의 동일시가 잘 되었는지 눈사람동시를 재밌게 낭송하며 즐거워했다. 특히 반복어인 나는야 눈사람이라는 싯귀를 읖조릴 때는 득의 양양 목소리가 커졌다. 눈사람 만드는 눈벌판을 상상하는지 아니면 자신이 눈사람이라도 된 듯 싱글벙글 웃었다. 그리고 동시 짓기를 할 때는 나는야라는 시어를 활용, 동시를 지어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했다. 그밖에도 다 같이 경험한 김장 하는 날동시도 좋아 했고 특히 여자 아이들은 야채 볶음밥이나 나비같은 서정적 동시를 선호하고 이와 비슷한 동시를 짓기도 했다.

7세 유아들은 동시를 다 읽어 준 다음, 어떤 느낌인지를 물었을 때 웃긴다, 슬프다, 재밌다 등 감정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줄 알았다.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며 유아들이 시를 통해 세상을 보며 행복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런가 하면 생각이 필요한 동시일 경우 질문과 몇 개의 예상 답을 말해주면 적절한 생각을 찾아가기도 하였다. 물론 동시가 던지는 질문에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을 이끌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유아들과 동시를 나누며 즐겨하는 동시, 어려워하는 동시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유아동시의 형태를 짐작한 나는 동시어를 유아의 눈높이에 맞게 수정하곤 했다. 그렇게 아이들과 산책하며 함께 쓰기 시작한 지 십 년 만에 누리과정 생활주제별 동시집 ! 엄마다를 출간하게 되었다.

세상경험이 적고 언어발달이 미약한 유아를 위한 동시의 세계를 어떻게 펼칠 것인가가 관건이었기에 유아동시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고 아이들의 경험 치에 적합하게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소신을 품으며 동시 창작에 임했다.! 엄마다는 누리과정 생활주제 관련 동시집이지만 하나의 생활주제에는 많은 소주제가 있기 때문에 일일이 다룰 수가 없었다. 또한 어느 동시는 유아들의 경험차이에 따라 어렵거나 흥미가 떨어 질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아이들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주제를 골라 재미와 의미를 창출하는 동시를 지으려 애를 썼다. 그러한 나의 애씀이 동시의 자연스러움 보다 억지스러움을 낳지는 않았을까 하는 우려와 아이를 위한다면서 지나친 교육적 의도성이 욕심의 발톱처럼 숨어들었을까 하는 노파심도 있었음을 고백한다유아들과 동시수업을 하면서 경각심을 가진 것은 유아동시의 소재나 발상은 유아가 경험한 것, 유아의 발달 특성, 발달과정을 최대한의 경계로 삼을 것이었다.

한편 나의 이러한 유아동시교육 실천에 대해 혹자는 이의 제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라는 것이 본래 언어건축물임을 알고 있는 유아교육 전문가라면 언어발달이 전()개념적이고 미숙한 유아들에게 동시의 함축어 은유 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타당키나 한가? 라는 회의적 생각을 할 수 있다. 어른도 때론 시가 어려울 때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브루너(Bruner)가 말하는 지식의 구조에 유아동시교육을 대입시켜 보면 표현방식이 유아가 잘 이해 할 수 있는 구조로 발달에 적합하게 표현된 동시어이면 유아들에게도 시를 가르칠 수 있다이다. 이러한 나의 유아교육 신념을 적용, 동시 창작과 동시 프로젝트가 이루어졌다. 동시로부터 유아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적이라는 확신이 들자 동시가 유아에게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동시의 모두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아님은 여러분도 짐작하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아교육 학자들은 유아들이 산문보다 시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며 동시는 영유아들을 가르치기에 적합한 가치 있는 학습 도구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동시가 유아들에게 교육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아들에게 질 높은 동시를 제공해 주라고 권유한다이처럼 동시는 마음이 자라고 있는 유아들이 시적 눈으로 또 다른 세상을 체험함으로써 문학적 태도를 기를 수 있는 도구로서 마땅한 것이다유아들이 지식을 알아 가는 과정은 실제 현실 속 실물과의 경험에서 더 잘 배우게 된다

하지만 유아들이 만나는 오늘날의 디지털 세상이란 실제와 유사한 모조품으로 상징과 기호이며 만질 수 없는 가상의 세계이다. 이런 디지털세상을 실제보다 먼저 만나는 과정이 유아에게 어떤 의미이며 인격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하는 점은 오늘날 대부분의 유아교육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일 것이다다만 비록 이 시대가 물질주의나 학력 제일주의의 디지털 사회 구조이지만 삶의 질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간의 마음가짐이며 그것은 인문학교육에 의한 인식 형성만이 이룰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가질 뿐이다. 이 시대 힘없는 유아들의 행복을 누가 지켜 줄 것인가?필자는 유아들과 동시 프로젝트를 하며 행복한 유아를 보았다. 유아동시교육은 유아 인문학교육을 위한 교과목으로 손색이 없으며 유아들의 아름다운 마음 형성에 도움을 줄 것임을 확신한다. 특히 유아교육이 마음형성의 기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유아 인문학교육으로 동시교육이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다.

시에 대한 감상은 온전히 성인인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유아동시의 경우 언어의 상징성과 경험이 미약한 유아가 넘어야 할 산은 유아교사 혹은 엄마가 함께 넘어야 할 몫으로 주어진다. 동시수업을 하기 전 반드시 동시를 먼저 읽고 교사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유아들이 동시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눈 후, 동시를 읽을 때 어떤 생각이 떠오르며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동시를 읽은 후 아이들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질문함으로서 동시에 대한 아이들의 느낌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어야 한다.

동시문학의 교육적 수월성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태어난 우리 아이들을 사람과 삶을 따뜻이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인품으로 만들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2009)

도깨비와 무지개떡, 황금갈매기, 노마의 진짜 꿈(2011, 동화 출간)

컴퓨터 속으로 들어간 도깨비(2013, 동화 출간)

이세돌이 이겼다(2018, 초등학생용 동시집 출간)

! 엄마다(2019, 누리과정 생활주제별 동시집 출간)

) 연세어린이집 원장

) 광주보건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외래교수



유아동시집,! 엄마다에 대한 겉표지와 소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홈페이지 참여마당 유아교육소식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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