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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육아 - 김정주
작성일 : 2023-07-05     조회 : 128
                                            할머니의 육아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함미하던 손주가 이제는 함미야하고 나를 부른다. 나에게는 26개월 된 손주가 있다. 자식보다 손주가 주는 감동과 기쁨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는 옛말이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자식자랑하면 팔불출, 손주자랑하면 구불출인가? 핸드폰 프로필엔 손주 사진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매번 업그레이드 하기까지 한다.

 

  돌무렵부터 손주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감각운동기에 적합한 놀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도 나름 유아교육전공자이고, 아이들과 함께했던 현장경험을 살려 실제 경험할 수 있는 감각활동과 신체를 움직이며 탐색할 수 있는 놀이로 계획하였다.

  

  영아기는 인지발달의 결정적 시기로 인지발달을 위해서는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 등의 다양한 감각적 자극이 필요하다. 인지발달은 감각자극에 대한 지각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 정서발달 및 언어발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오감각활동을 계획하였다. 두부, 국수, 미역, 밀가루, 뽁뽁이, 풍선, 물풍선 등등 많은 놀이를 하였지만 두부와 국수, 밀가루 반죽놀이를 추천하고 싶다.

  

  우리 식탁에 친근한 두부는 감각활동으로 매우 좋은 재료이다. 두부를 처음 접했을 때 두부의 감촉과 생김새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선지 처음엔 집게손가락으로 꾹! ! 눌러보면서 두부를 탐색하다가 점점 손바닥 전체로 으깨며 두부의 감촉을 느끼며 놀이하였다. 두부를 으깨고, 두부의 냄새를 맡고, 두부를 먹어보고, 두부에 대한 감촉이 익숙해지자 나중엔 온 거실에 뿌리면서 신체놀이로 이어졌다. 즐겁게 놀이하는 모습을 보니 거실 전체를 치우는 것도 힘들지 않은 노동이었다.

  

  국수놀이는 처음단계에서 마른 국수를 제공하였다. 굵기도 굵은 국수보다는 소면으로 골랐다. 만지면 툭툭 부러지는 특성 때문인지 부러뜨리는데 흥미를 느꼈다. 하나씩, 하나씩 부러뜨리다가 나중에는 한줌씩 쥐고 부러뜨리기도 하였다. 손에 잡히는 건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은 영아기 시기 주변사물의 특성과 환경을 익히는 방법이다. 자연스럽게 국수를 먹어보고 국수가 짭짤해서인지, 이로 툭툭 부러뜨리면서 나는 소리가 재미있는지 계속 먹어보기도 하였다. 다음번엔 국수를 삶아서 제공하였다. 삶아진 국수의 촉감은 미끌거리기도, 촉촉하기도, 끈적이기도 하였을까? 만지작거리며 놀기도 하고 먹기도 하였다. 놀이하다보니 손주의 몸과 거실바닥은 국수천지가 되었지만 즐겁게 놀이하는 모습에 난장판이 된 거실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수는 시간이 지나면 말라가면서 점점 더 끈적해진다는 것을 간과했다. 놀이시간보다 치우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벽에 들러붙은 국수를 떼어내느라 진땀을 뺏지만 국수놀이하면서 환하게 웃는 손주모습에 할머니는 힘들지 않은 노동을 해야만 했다.

  

  밀가루 반죽은 손주를 만날 때마다 만들어주는 기본 놀잇감이다. 이제 나를 보면 밀가루 봉지가 있는 싱크대쪽으로 가서 밀가루 반죽을 해달라는 시늉을 한다. 빨강, 초록, 분홍, 노랑 색소를 각각 넣고 익반죽을 하면 말랑말랑, 촉촉한, 부드러운 밀가루 점토가 된다. 두부놀이와 마찬가지로 처음에 만들어 주었을 땐 손가락만 눌러 보고 쉽게 접근하지 못하였다. 공들여 만든 밀가루 점토를 버리기 아까워서 손주의 발바닥 찍기, 손바닥 찍기 놀이를 시작으로 밀가루 반죽에 대해 친근해지도록 놀이하였다. 나중엔 주물러 보기도 하고, 조금씩 떼어내면서 작품(?)을 만들어 갔다. 손주가 밀가루에 대한 느낌에 익숙해지고 밀가루 반죽을 스스로 가지고 놀이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금은 동그랗게 만들어 놓고 ~~(사과)”, 작은 동그라미 만들어 놓고 방우또(방울토마토)”라고 한다.

  

  코로나19 시기, 마스크 착용 때문인지 손주는 한 단어 시기가 늦었다. 다양한 억양패턴과 강세가 나타났지만 의사소통을 위한 단어사용은 17개월 쯤으로 생각된다. 동화책을 보며 꽈과(사과), ~~(), ~~()라고 하며 과일 이름을 표현하였다. 아직 발음기관이 미숙하여 경음현상, 유사현상도 신기하기만 했다. 실물교육의 중요성을 알기에 동화책에 나온 사과, , 귤을 사갔다. 만져보고, 냄새맡고, 먹어보고 과일들을 탐색했다. 실제 사물을 접하면서 과일의 크기, 과일의 색에 대해 반복해서 말해주었다. 크다, 작다, 그리고 빨간색, 주황색 등등 실물과 언어를 일치 시키면서 놀이하였다. 나중엔 오이, 당근, 호박 등등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을 가져와서 직접 탐색하게 하였다. 언어는 우리가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 경험한 것에 대한 해석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주변사물과 실제 접하는 사물에 대해 반복적인 사용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 같다. 직접 사물과 연관지어 탐색해보면서 물체에 대한 특징을 살피고, 이름을 익혀서인지 지금도 색깔에 대해 관심이 많고, 색깔 이름을 곧잘 이야기한다. 원활한 의사소통은 안 되지만 이제는 그림책이나 사물을 보고 이름을 말할 수 있고, 물건을 놓는 장소를 알고, 간단한 지시를 따르기도 한다. 아직 발음이나 문장표현이 미숙하지만 그림책을 보면서, 또는 현재 상황에 대하여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한다.

  

  분노는 영아기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정서인 것 같다. 처음에는 배고픔, 신체적 불편함, 고통스러울 때 울음으로 표현했지만, 이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못하게 되어 욕구좌절을 느낄 때 울음이나 소리지르기, 떼쓰기, 발버둥치기 등의 신체적 표현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떼쓰고 우는 경우가 많다. 특히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보다 더 강하게 표현하고 타협이 되질 않는다. 이럴 경우엔 아이도 답답, 양육자도 답답한 상황이다. 손주가 떼쓰고, 소리지르고 울 땐 손주의 마음을 먼저 달래주었다. “~~그랬구나”, “속상하겠구나”, “슬펐구나하면서 안아주고 다독여 준다.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경우 아이는 생각보다 쉽게 수그러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말해 준다. 부모들은 자녀를 양육할 때 의사소통이 안되는 아이일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줘야 한다. 손주도 아빠에게 혼났을 때 ~하고 나를 찾는다고 한다. 할머니가 자신에게 위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떼쓰고, 고집 피울 때 부모가 아이의 행동에 감정으로 대응할 경우 효과적인 지도는 더욱 어렵다. 부모 자신의 감정조절과 아이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아이의 감정과 생각에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키즈 세대로 미디어 노출에 대한 우려가 심각할 정도다. 미디어는 변화하는 사회와 문화에 적합한 새로운 지식과 태도를 갖추는데 유용한 수단이 되지만, 스마트 미디어 기기에 장기간 노출되면 팝콘처럼 톡톡 튀는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게 되어, 평소에 느리기 변하는 현실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에는 무감각해질 수 있다. 이를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현상이라고 한다. 특히 사고 형성과 사회화 과정의 기초를 만드는 영아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과도한 미디어 자극을 피하는 것이 좋다. 스마트 미디어는 가정에서는 최고의 양육도우미이며, 유아교육기관에서는 훌륭한 보조교사가 되기도 한다. 우리 손주도 무료하거나 심심할 때 리모콘을 가지고 와서 TV를 틀어 달라고 한다. 아마 엄마, 아빠가 틀어준 모양이다. 손주가 가장 좋아하는 상어시리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본 듯하다. 내가 방문할 땐 어김없이 TV 앞에 앉아있는 손주 모습을 본다. 나는 손주와 함께 있을 때 TV는 되도록 멀리, 그리고 손주와 상호작용하며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위에 소개한 감각놀이도 하고, 같이 책도 읽고, 집에 있는 장난감으로 놀이도 하고, 색색이 종이컵으로 쌓기 놀이도 한다. 동네 산책도 하고, 놀이터에서 실외놀이도 하면서 계절의 변화도 느껴보도록 한다. 실외 상황이 좋지 않을 땐 실내에서 진행하는 체험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손주의 기질을 고려하여 이것저것 하다보면 오후엔 녹초가 되기도 한다. 힘들지만 스마트 미디어보다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더 즐겁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스마트 기기가 주는 편리함에서 벗어나야만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알 기에 이러한 수고로움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인 것 같다.

  

  인간발달은 일평생 이루어지지만 영유아기 시기는 인간의 기초를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어릴 때 경험이 이후의 발달을 위한 초석이 됨을 알기에 오늘도 할머니는 매주 무엇을 하고 놀이할까 고민에 빠진다. 이번주엔 농장체험을 계획하고 있다. 직접 수확도 해보고, 수확한 과일로 요리활동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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